사람을 구하는 집 제중원/박형우,박윤재/사이언스북스/조선, 새로운 의학을 만나다
몇 년 전에 제중원을 연세대와 서울대 병원이 자신의 뿌리라고 주장하며 싸우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난다. 역사가 너무 재미없고 싫어서 제중원이 뭔지 관심이 없었기에 제중원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제중원이라는 서양식 병원이 조선에 가져온 새로운 의학이 미친 영향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선교사들은 미신에 의존한 치료법과 사고방식을 고쳤다고 볼 수 있겠다. 그들이 내세운 가치들이 전부 옳았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가난한 동양의 식민지에 도착한 선교사의 눈에 비친 민간요법들은 의미도 모호한 미신으로 보였을 것이다. 서양의술과 아직 보완이 덜 된 민간요법들은 분명히 차이가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여전히 어디엔가 남아서 전해지는 배 아플 때 숯가루 먹기, 다래끼 난 눈에는 참기름 바르기, 벌에 쏘였을 때 된장 바르기 같은 전혀 검증 안 된 민간요법들을 보면 과거에는 얼마나 더 많은 위험한 행위들이 있었을지 쉽게 상상가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굶주림과 질병에 내몰린 동양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서양의술의 효과는 정말 귀신같았을 것이다. 여성간호사가 배출되고 여성들의 산부인과 치료가 이뤄진 것도 어쩌면, 동양과 다른 서양인들의 가치관이 반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갑신정변 이후 초기 선교사들은 한의사가 민영익을 치료하는 것을 보았고, 그 중 알렌은 정말 한의사들의 치료가 효과가 있길 바랐다고 한다. 심지어 무당의 굿을 보면서도 미신이라고 무조건 무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기독교 신념과 위배되는 것이라도 처음부터 막무가내로 비판하지는 않은 것이다.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성장환경의 차이를 고려하고 존중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고 내적인 갈등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초기선교사들이 활동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알렌의 한국 전래의 치병 방법과 한방을 인정한 태도와 성격은 정말 대단하고, 지금 같이 다양한 인종과 다른 문화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대에 미국 선교사들의 희생정신과 삶에 대한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에 한국인들은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고 수술을 하고, 치료비를 낼 때 그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아니라, 의사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처음에 이 내용을 봤을 때는 알렌처럼 똑같이 놀랐지만, 잠시 생각을 해보면 그 당시 의생들이 얼마나 혜택을 누리며 살았기에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었다. 지금은 다들 당연히 의료수가로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 여기지만, 그 당시에는 아직 그런 개념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지금 우리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것도 시간이 흘러서 보면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선 관료사회의 부패로 인해 파견 관리가 훨씬 늘어나면서, 제중원은 병원 예산 문제로 병원 운영이 파행을 겪었기에, 지속적으로 의학교육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는 점은 정말 아쉬웠다 . 조금만 국가에서 신경 쓰고 제대로 운영이 되었다면 우리나라의 의학적 발전은 더 빠르고 아주 우수한 수준에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제중원 설립의 숨은 목적은 개신교 선교와 미국 외교의 영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였지만, 한국인의 세계관과 신체를 둘러싼 의식에 큰 변화와 영향을 주었고, 인간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제중원이 있어서 단순히 병을 치료해주는 기관이 아니라 국내 첫 의학교육과 고등교육을 실시해 우리나라 스스로 인재를 양성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 같다. 또한 서양의학이 단순히 남의 의학으로 남아있지 않고 이 땅의 의학으로 토착화되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 근대 서양의학이 더 이상 외래의학으로 남지 않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알렌의 치료는 인종이나 종교나 이념을 초월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일을 했다. 나 역시 앞으로 나의 여러 지위에 대한 자신의 직책에 충실하게 임하기 위해 언제나 주의하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여유를 베풀고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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