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문의 길/조동일/지식산업사
우리학문의 길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래, 우리학문이 발전되어야지’라는 그냥 막연한 생각만 있었고, 학문이 왜 발전되어야 하는지 우리학문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 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학문의 필요성과 목적 존재이유를 책과 기사로만 읽고 간접적으로 접해보기만 했기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으나, 미약하게나마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교육의 위기가 생긴 이유는 학문의 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기들 제멋대로 교육정책을 바꾸는 것은 우선 정권유지를 위한 개편일 것이지만, 교육 받는 수험생과 학생들은 교육을 우습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혐오스럽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의 근본인 학문을 죽이고, 교육을 잘해야 한다고 하니 교육개혁의 목적의식을 상실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으로서 대학이 지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가장 우선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만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의 문턱을 낮추고자 입시 제도를 마음대로 바꾸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역겨운 인간들의 어리석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대학이 학문을 하는 교육이라는 불변의 원칙을 흐리게 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학에서 학문을 고급 지식으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지, 무자격자가 어려움 없이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취직하기 위한 썩은 동아줄이 아니다. 또한 대학에서, 도서 이용에 관해서는 국가가 베푸는 혜택을 누리면서 소속 대학의 범위를 넘어서 연구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행정적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도 다른 대학에 위치한 책을 보기 위해 갔으나 해당학교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한국과 일본의 고서를 포함한 서적을 다루는 가치관 차이도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가 소속 대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경쟁 하도록 하는 것이, 기존 재원과 인력을 활용하는 범위 안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효과가 잘 나타날 수 있는 전략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수적인 일은 대학원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학문과 이론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하고 그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론을 창조해 세계 학문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편법이나 임기응변이 아닌 철저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반드시 선진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은 제대로 된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시대적, 지리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선진국이 했으니 똑같이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저 후진국의 창의성 고려 없는 특유의 방책을 반복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것을 고집하고 머물러 있다면 결국 우리는 그러한 학문과 방법을 선택하지 않게 될 것이고, 역사책의 작은 참고 사항으로 자리 잡아 우리 인식에서 서서히 잊혀버릴지도 모른다. 이 책은 주로 문학적인 내용에 중점을 두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분야만 한정적으로 제한되는 내용이 아니라 우리나라 학문 전체에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하는 하나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을 해서 얻는 결과가 이론이라고 한다. 어떤 실증적인 학문이라도 논증한 사실을 종합해서 이론적인 일반화를 이룩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론을 불신하고 사실 자체에 머무르고자 하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대상만 다루고 일반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막연한 가설이 이론은 아니다. 가설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사실에 의해 입증해야 비로소 이론이 된다. 따라서 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전문분야의 관점으로 연구하고 성과를 모으고, 같이 비판하고, 다시 다듬으면서 학문과 이론의 발전을 그릴 수 있다고 본다. 혼자 경험이 많다고 학문을 잘하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비판 과정을 통해 진실 탐구 의지를 기르고 정확한 탐구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학문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토론과 대화를 통해 완성해나가며, 이를 통해 지식과 지혜의 생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이론 창조를 사명으로 하고, 강의 와 연구의 불일치 문제들을 해결하고, 학생들의 학문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면, 비로소 이 책에 나온 우리 이론 창조의 세계사적 사명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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