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배신/호레이스F저드슨/이한음/전파과학사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사기 행각들을 읽고, 과거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이 생각났다. 황우석의 연구비 횡령이나 여성 연구원의 난자를 활용한 연구윤리문제를 제외하고, 부하 연구원이 조작을 하게 된 이유는 수많은 관심이 쏠리고 그에 따라 성과 재촉함에 따른 압박감 때문이었다. 지금도 코오롱의 세계최초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미국시장 진출을 앞두고 주성분 세포가 뒤바뀐 사실이 논란되고, 이 약을 개발하면서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에서의 사기는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미래가 촉망되었던 유명 과학자들이라 할지라도 연구의 진실성과 윤리성을 어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조급한 성취욕구로 인해 그 유혹을 쉽게 끊어내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눈속임은 근본적으로 출중한 과학자적 자질과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학문에 대한 순수성이 결여되어 발생하는 것이지만, 책에서 말한 것처럼 사기는 언제나 삐뚤어진 개인이 단독으로 저지르는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논문에는 진실만이 있을 뿐 하나의 흠집도 없어야 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은 논문에는 자신의 명예를 걸어야 한다는 글을 언젠가 본적이 있다. 이렇게 정석을 따르는 것이 당연히 정의롭고 당연한 사실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지지만, 우리의 모든 행위는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모든 것은 현실에서 기초하기에, 과학의 사기는 결국 사회적인 영향으로도 구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내 생각의 대표적인 이유는 한동안 유명했던 테라노스 사건이다. 스타트업 테라노스는 피 한방울로 260가지 질병을 조기 진단한다는 혈액키트를 발표했고 수많은 유명 언론사에서 주목을 했고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속일정도로 그럴듯하게 완벽한 그녀의 연기는, 테라노스가 10조의 기업 가치를 지닐 까지 기술의 비밀 유지라는 이유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면서 진실이 폭로되었는데, 사건이 밝혀지면서 많은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포진해 있었고 의혹들을 권력으로 묵살해왔던 것이 드러났다. 이와 같이 정치와 제도상의 문제와 복잡한 관계 속에서의 암묵적 허용이 과학의 사기가 만들어지도록 동조하고 도움을 주게 된다. 이런 상황의 과학 사기와 맞서는 데 있어서, 평범한 내부고발자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될 것이고, 기득권층은 내부고발자를 너무나 맹렬하게 공격하기에 내부고발은 거의 직업적 자살 행위가 되므로 다른 선택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과학사기에 대한 일반적 해결책은, 윤리강령을 만드는 일과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이었으나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접근법은 과학적 연구에서 발생하는 작은 범위의 문제만 관심을 두고, 문제를 일으켰던 핵심적인 권력구조는 그대로 놔두기 때문이다. 결국 본질적인 원인인 총체적인 권력 시스템은 해결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만 작용할 뿐이니, 시간이 흘러도 반복되어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고등학생 때 ‘의학과 과학에서 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 사기를 예견하고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동료심사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완벽한 방법이라고는 생각은 안했지만, 서로를 견제하고 주의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동료심사제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심사는 혜택보다 결함이 훨씬 더 뚜렷했으며, 비용도 많이 들고 속도가 느리다보니 학자의 시간을 많이 빼앗게 만들었다. 또한 대단히 선택적이며 편견에 휩싸이기 쉬웠고, 개인적인 목적과 감정에 따라 쉽게 남용되고 최종적으로는 총체적인 결함을 검출하는 능력이 떨어져 사기를 간파하는데 거의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앞으로는 겉보기에 대단한 성과를 낸 사례들을 항상 의심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사기의 발각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 이뤄졌는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안전장치 마련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오류는 부주의한 결과일 수 도 있고, 의도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주의한 비의도성에 의한 결과라도 용인하고 가볍게 지나칠 것이 아니라, 큰 문제로 여기고 사소한 것들도 엄하게 처벌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또한 과학계의 지저분한 이해관계 측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논문들이 ‘품질관리’를 가장한 혹독한 조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해결방안의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과학 연구의 현실에 적응하면서 도출된 위계질서로 인한 자연적 결과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알아두면 빛나는 정보 > 내가 읽은 책 -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를 읽고 독후감/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존퀘이조/황상익/메디치미디어/세상을 바꾼 의학의 10대 발견 (0) | 2019.08.06 |
---|---|
[식물의 역사와 신화]를 읽고 독후감/식물의 역사와 신화/자크브로스/양영란/갈라파고스 (0) | 2019.08.05 |
[허준의 동의보감연구]를 읽고 독후감/허준의 동의보감연구/김호/일지사 (1) | 2019.08.03 |
[지식의 대통합-통섭]을 읽고 독후감/통섭/지식의대통합/에드워드 윌슨/최재천/사이언스 북스/ (0) | 2019.08.02 |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고 독후감/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 전략 (0) | 2019.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