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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의 기원]을 읽고 독후감/황제내경의 기원/위쯔한/김기왕/일중사

레드카우 2019. 8. 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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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의 기원/위쯔한/김기왕/일중사

한의학을 앞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원전을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입학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왜 이런 옛날 원전을 읽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한의학의 현대화 과학화를 주장하면서 왜 고서에 머물며 우리가 이를 외우고 공부해야하는 것인지 답답했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것이 의학 본래의 목적인 질병의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의학사 시간을 통해서 조사를 해본 적도 있다. 현재 한의학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고서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한의학의 표준화 되지 않은 용어나 현대 의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지금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들을 원전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원전은 왜 필요한 것이고,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알아보려는 의도로 책을 읽게 되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의술들이 한참 오래전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고,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러한 기술들을 접하고 익히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서양의학의 역사를 소개한 책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발견을 할 때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한의학의 침술이나 탕약처방에 관해서는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고 하나의 치료법으로 다듬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런 수많은 이론들이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론을 확립해나갔는지 호기심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서양에서는 해부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술을 펼쳐나갔는데 왜 동양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의술이 발전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아주 근본적으로 책이 왜 쓰이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알면, 그 목적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유래를 설명하긴 하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바를 가져다주진 않았던 것 같다. 한편, 원전을 번역한 번역서를 보다보면 원저자의 의도가 제대로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학파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제외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기도 하고, 증상의 한사심복처럼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단순히 단어만 표현해서 의미가 왜곡되기도 한다. 그래서 원전의 실질적인 필요성을 찾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우선 원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라도 하려면 번역서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원저자의 의도가 곡해되지 않도록 출판본 그 자체를 우선적으로 보고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전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원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원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내가 원전을 읽는다고 해서 제대로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내경이 어느 순간 온전하게 작성된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 추측을 하면서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며 내용이 변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과 권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어, 영추와 소문이 황제내경과 같은 책인가라는 물음이 생겼을 때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지어진지 오래된 책인데 아직도 이렇게 연구가 안 되었나싶으면서도, 개념의 문제로 인해 역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서술하면서도 계속 문제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를 통해 우리가 공부한 한의학의 기초이론은 순수하게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란 것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반드시 원전이 옳은 것도 아니고 설령 원서로 학습을 하더라도, 원서 역시 많은 편집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수정되고 추측하면서 본래 뜻이 이미 바뀌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하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부 경험적 발견이나 과학적인 발견도 포함되긴 했지만. 비과학적인 내용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던 것처럼 원전이라고 다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물론 고대의 해부 지식이 현대의 해부학적 개념과 갗이 명료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있겠지만, 원전은 한의학 분야의 기초가 되고, 과거와 현재의 교량역할을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배울 여러 이론의 이해를 돕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험과 배경지식에 따라서 원전은 중요하다는 말이 참이 될 수도 거짓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전을 통해 언제까지 어떤 치법이 활용되었고, 지금도 유효한 기술인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한의대를 다니면서 원전과 의학이 어떤 관계인지 계속 고민해야 두 학문이 공존하는 의의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을 배우면서 과거는 신뢰하기 어렵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현대 학문의 자세인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론과 사건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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