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를 읽고 독후감/전염병과 인류의 역사/윌리엄H.맥닐/허정/한울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윌리엄H.맥닐/허정/한울
이 책은 전염병을 역사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장하면서 질병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최대한 연관 지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로마 제국 말년의 몰락, 인도와 그리스의 문명 변화, 콜럼버스의 신대륙 개척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에 있어 그것이 일어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다양한 전염병을 핵심으로 두고 있었다. 다양한 사례 분석과 함께 많은 주장과 근거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역사 해석 방식을 제공했다. 의학사 시간에도 들었던 것처럼, 전염병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리생활을 하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서로 다른 인종간의 교류가 발생하자 주변 환경 역시 비위생적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문명과 함께 시작된 전염병은 우리 역사와 늘 함께 해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균의 요소를 의미한 미시기생과, 전쟁과 억압 그리고 수탈 등의 인위적인 요소를 의미한 거시 기생이라는 표현으로,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를 겪어왔다고 설명하는 것이 나름대로 독특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리스의 전염병, 고대인도의 전염병 방어, 유럽의 페스트, 대항해시대의 정복과 번영 같은 주장을 보면 전염병에 대한 이론으로 한 나라의 비약적 발전과 실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많이 모자랐고,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은 나에게 거의 처음 접하는 내용이 다수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약간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 가지를 설명하기 위해 먼 시기까지 억지로 연관시킨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오로지 질병으로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실제 전염병만이 아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적 문제까지 '거시 기생'이라는 표현으로 전염병과 역사를 해석하려는 태도로 자신의 이론을 관철하기 위해 기술한 점은 이 책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의 추측으로 단정되는 부분이 눈에 띄게 있었기에 아직 아는 것이 없는 나의 입장에서 얼마나 이러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되었고, 그저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학자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만 보고 넘겼다. 우리가 흔히 농업을 시작한 시기이래로 식단이 훨씬 더 풍요로워 짐에 따라 건강이 좋아지고 평균 수명 또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수렵 채집 시기보다 칼로리는 많이 섭취할 수 있었지만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인해 영양분은 이전보다 못해졌고 이에 따라 우리 몸의 저항력은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의 밀집으로 인해 인간은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 속으로 접어들며 야생 동물의 가축화는 인수공통감명병의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염병과 싸운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사회는 윤택해지기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질병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밝혀내야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양한 문제를 연쇄적으로 해결하고 발전시키며 우리 삶을 윤택하게 돕기도 하지만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해보려고 노력해오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물론 과거보다는 평균수명은 늘어났고, 생물학적으로 볼 때에 우리 인간의 최대 기대 수명은 120살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래도 살고 건강하게 살려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는 것 같다.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우리는 과거 보다 건강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건강과 평균 수명은 단순한 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느껴졌다. 그러면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계속 쏟아지고 닥쳐오는 질병을 없애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후반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도 들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과거의 실수와 잘못된 역사를 벗어나 다른 어떤 새롭고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과거의 불치병들은 정복해나가면서 또 새로운 종류의 질병이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에 게임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기로 결정한 것처럼 이제는 길어진 수명으로 인한 자살문제와 영양과다로 인한 비만이 다음 세기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변화로 인해 두려움도 동시에 생기게 된다. 우리는 앞서 겪은 역사를 통해 새롭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의식과 주의사항을 예측하고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